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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군산 히로쓰 가옥
군산은 내게 눈의 도시다. 옛 건물을 찾아 다니는 여행을 하기로 결심한 후 처음으로 방문했던 날도, 한 해의 마지막보내기 위해 갔던 날도 도시는 눈 속에 폭 파묻혀 있었다. 히로쓰 가옥이 복원을 거쳐 다시 방문자들에게 공개된 후 찾았을 때 역시 이 오래된 일본식 목조 주택은 흰 눈을 고스란히 맞은 채 서 있었다. 거부였던 히로쓰 게이샤브로의 옛 집에 발을 디뎠을 때 느꼈던 차가운 바닥의 감촉은 지금도 생생하다. 최예선(<청춘남녀, 백년 전 세상을 탐하다> 저자)

2. 창경궁
2012년이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은 어느 날, 선배의 부탁으로 웨딩 사진을 찍으러 창경궁에 갔다. 잔뜩 찌푸린 하늘을 보며 걱정했는데 궁 안에 들어서자마자 하늘하늘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점점 하얗게 변하는 궁궐을 배경으로 선 커플은 유난히 더 아름다웠다. 흔치 않은 기념 사진을 원했던 선배의 웨딩 촬영은 그렇게 우연히 내린 눈으로 더욱 특별해졌다. 표기식(일러스트레이터 겸 포토그래퍼)

3. 파주 헤이리
5년 전, 부모님께서 파주 헤이리 마을로 이주하셨다. 작년 가을과 겨울, 그러니까 계절의 변화가 가장 뚜렷할 때 그곳에서 지냈는데, 서울에서 나고 자란 내겐 상상 속에서만 존재했던 시골집의 푸근함을 느꼈다. 헤이리 안에 있는 호수는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갈대, 겨울에는 썰매를 타는 아이들로 가득 찬다. 추운 날씨 탓에 아이들마저 자취를 감춘 어느 겨울날, 꽁꽁 얼어붙은 호수 위에 흰 눈이 소복이 쌓인 풍경을 찰칵 찍었다. 이솔네(포토그래퍼)




4. 화북초등학교 입석분교
경북 상주시 화북면과 충북 괴산군 청천면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나뉜다. 청천면 삼송리에 있는 왕소나무를 보러 간 날 아침, 소나무 밑에서 흠뻑 젖은 마음이 되어서는 이제 막 하루를 시작하려는 동네 주민들을 학교로 장터로 이웃마을로 태워드렸다. 이곳은 길 건너에 있는 화북초등학교 입석분교 운동장. 전교생이 모두 나와 한바탕 눈싸움을 하고 들어간 자리에 목도리 하나가 남아 있었다. 둘둘
말아 교무실에 전했다. 교무실이 참 따뜻했다. 장우철( 피처 디렉터)

5. 무주 덕유산
겨울의 한가운데, 전북 무주의 덕유산에 가면 ‘눈꽃’이라는 예쁜 말을 실감할 수 있다더니 정말 그랬다. 무주 스키장에서 곤돌라를 타고 설천봉(눈 덮인 하늘이라니, 봉우리의 이름마저 시적이다)에서 15분만 걸으면 산 정상인 향적봉에 도착하기 때문에 트래킹이 두려운 사람에게도 걱정 없는 코스다. 곤돌라 안에서 바라보는 눈 쌓인 능선은 굽이굽이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이지나(<엄마 딸 여행> 저자)

6. 서울숲
종종 서울숲에 간다. 갈 때마다 도시 한가운데 이런 넓은 녹지가 있다는 사실에 감사한다. 가끔 퇴근길에 성수대교를 건널 땐 노래를 들으며 멀찍이 바라보기도 한다. 눈이 많이 내렸던 지난 겨울에는 하얗게 변한 모습이 궁금해 간편하게 찍을 수 있는 네추라 클래시카 카메라를 메고 서울숲으로 갔다. 앙상한 가지마다 쌓인 하얀 눈, 거세게 불던 한강 바람, 눈 위를 사부작사부작 걷는 사슴…. 마치 한 폭의 동양화 같은 모습에 감탄하고 말았다. 강영규(‘카메라 스토리지’ 대표)
* 출처:<VOGUE GIRL> 2012년 12월호